[기획 포스트] 미국의 경제 불황 역사: 1970년대

2020. 9. 8. 18:07투자 생각

1970년대 미국, 이미지 출처: 왼쪽 위부터 - Timetoast, Weebly, Dave Giles, Libcom

 

1970년대는 미국에게는 "정신 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유럽과 러시아, 일본이 가파르게 성장하며 미국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었고 베트남 전쟁은 극악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우주 항공 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앞다투어 달로 로켓을 쏘아올렸고, 중동에서는 크고작은 전쟁이 발생하고 석유 생산국들이 담합하며 유가를 끌어올리는 등 지구촌 전반의 골칫거리들이 많이 있었죠.

 

 

대내적으로는 흑인들이 투표권을 갖게 된 이후 인종 간, 지역 간의 분열이 일어났으며 끊임 없는 파업과 투쟁, 폭동이 있었습니다. 기독교를 국교로 하던 미국 내 풍조가 바뀌며 종교 갈등도 많이 있었고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산업 구조가 재편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평균 3~5%씩 놀라운 성장을 기록하며 좋았던 시기(The Good Old Time)를 누렸지만, 이는 씁쓸하게도 중년 백인 남성에게 한정된 이야기였습니다. 시대는 변했고 그러한 지각 변동에 맞추어 미국 경제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인내해야 했습니다.

 


<그림 1> 1970년대 GDP / 실업률 / 물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Putting the Brakes on Inflation: 1969.11.~1970.11. (11개월)

1969년 말 물가 상승률은 5%를 웃돌기 시작합니다. 이 기간 미 연방준비위원회(연준)는 금리를 빠르게 인상했고 그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며 기업 활동이 억제되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어느 누구도 다가올 스테그 플레이션(Stagflation)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는 60년대 미국 산업의 호황기와 더불어 과열된 경제를 식히는 과정으로 이해 됩니다. 따라서 GDP 감소율은 크지 않았고 실업률 또한 5% 정도로 통제 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따라서 <그림 2>처럼 경기 후퇴가 발생한 이후,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자 경제는 금세 회복되었습니다.

 

<그림 2> 1970년대 기준 금리 / 생상지수 / 주가

 


금본위제의 폐기

금본위제의 폐기는 경제 위기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의 중요한 이슈이기에 다루게 되었습니다.

1971년 8월 15일, 당시 미국 닉슨 대통령은 금과 달러의 교환을 공식적으로 정지합니다. 이른바, 금본위제의 폐지였죠. 이를 닉슨 쇼크(Nixon Shock)라고 부릅니다. 화폐의 발행이 "금"이라는 실물 교환에서 자유로워진 것은 경제사의 큰 지각 변동을 의미합니다. 아래 1차 석유 파동과 함께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금의 공급과 무관하게 돈을 찍어낼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은 각국의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면서 과거 독일의 하이퍼 인플레이션 상황이 재현될 것이라 생각했고 결국 화폐를 버리고 실물을 택한 것입니다. 이 때 금과 은이 가장 선호되었고 인플레이션과 함께 금의 가격은 크게 치솟게 되죠. 


제 1차 석유 파동과 인플레이션 The Oil Embargo: 1973.11.~1975.3. (16개월)

이 기간의 경제 위기는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미국이 겪는 혹독한 경제 불황이었습니다. 16개월이라는 긴 기간도 힘들었지만 중동 석유 수출 기국(OPEC)의 담합으로 석유 가격이 치솟자 그에 따라 물가도 치솟게 된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GDP는 성장했지만 높은 물가가 성장 GDP를 다 깎아 내리면서 실질 GDP는 역으로 성장했고 주가는 곤두박질 쳤습니다. 미국은 보호 무역 주의를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고자 노력했고 임금을 동결하고 금리를 매우 높은 수준으로 인상하는 정책을 폈지만 물가를 잡지 못했고 거리에는 실업자가 양산되었습니다.

 

 

<그림 3> 금 가격과 USD가치 / 원유 가격

 

이 기간이 바로 불경기를 뜻하는 스테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인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 기간입니다. 이 시간 동안 GDP는 3.3% 이상 감소하였고 실업률은 8.8%로 대공황 이후 최고치를 기록합니다. 이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연준은 금리 인하 정책을 폅니다.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으나 석유 파동이라는 외부 요인에 의해 물가가 좀처럼 안정되지 않았고 고용과 경제가 후퇴하는 역효과가 발생하자 금리를 인하한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ECONOMIC PRINCIPLES

 

이 당시에는 이것이 최선의 선택임은 분명합니다. 금융 정책은 금리를 통해 시장 경제를 통제하는 것이었으니까요. 금리를 인하함으로 인해 시중에는 돈이 많이 풀리게 되었고 일시적으로는 경제 지표들이 개선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80년대 초 제 2차 석유 파동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때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으로 물가가 치솟게 되는 기반을 마련하게 됩니다. 

 

 


! 시사점

<그림 2>의 S&P 주가를 보시면 60년대 말의 가격이 80년대 들어까지 상승없이 마감합니다. 뿐만 아니라 1차 석유 파동이 일어나기 직전 주가는 70년대가 다 갈때까지 회복되지 못했죠. 1970년대 미국 경제는 물가와 금리, 그리고 경제 불황이라는 조합이 만들어내는 가혹한 환경에서 투자자에게 다음과 같은 매우 중요한 통찰을 던집니다.

 

"어떻게 자산을 지켜낼 것인가?"

 

이 질문은 "어떻게 자산을 증식시킬 것인가?"와는 다른 차원의 질문입니다. 다행히도 이러한 경제 위기를 반면 교사 삼아 많은 금융 공학자들과 경제학자들이 낸 솔루션들이 있습니다. 바로 자산 배분입니다. 이전까지 전통적인 자산 배분은 주식과 채권을 적정 비율로 배합한 포트폴리오였습니다. 채권이 주식의 위험성을 헷지(Hedge)한다는 논리에서 나왔죠. 그러나 1970년대에는 이러한 포트폴리오가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물가가 치솟는 탓에 주식과 채권 모두 가격이 하락하기도 하였으니까요. 아래 그림의 60/40 포트폴리오가 주식과 채권을 섞은 자산 배분입니다. 70년대 기간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을 알 수 있죠. 

 

 

이미지 출처: Bridgewater Associates

 

사실 Bridgewater 사의 위 그림이 매우 좋은 1970년대와 같은 상황에서 자산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매우 좋은 답변이 됩니다. 바로 채권과 주식 뿐만 아니라 금, 원자재 그리고 물가 연동 채권(IL: Inflation-Linked)을 자산 배분에 편입시키는 것이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과거의 사례를 분석하며 "과거 일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자산을 지킬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연구라는 것을 상기하며.. 본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