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일기] 왜 나는 투자를 하는가?

2020. 9. 22. 18:56개인 공간/투자 일지

 

불과 1, 2년전만 해도 N포 세대, 헬조선, 욜로(YOLO) 등의 단어가 각종 신문 기사의 주요 키워드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동산, 주식 투자, 재테크 등 주요 키워드의 주도권이 바뀌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경제적 상황의 변화 - 풍부한 유동성, 낮은 금리 - 가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로 폭락한 자산 시장을 개인 투자자들이 메워내면서 시장은 더욱 과열되는 모습입니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돈을 번 자와 그렇지 못한 자, 그 사이에서 묘한 추격전이 벌어집니다.

그 속에서 "재테크 강요받는 청년들"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미지 출처: SBS 뉴스 갈무리

 

제목 하나만 보아도 함축적인 의미가 명확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벌어진 부의 간격을 쫓아가기 위해 재테크를 강요 받고 있습니다.

이미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부의 간격을 더 벌리기 위해 재테크를 강요 받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많은 사람들이 지향하는 바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불과 얼마까지만 해도 저는,성실하게 일하면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자녀 양육도 하며 평범하게 살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제가 좀 둔한 구석이 있어서인지 그런 생각이 참 순진한 생각이라는 것을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려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4년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출발선은 같았을지 모르나, 점점 벌어지는 자산의 규모를 실감하게 됩니다.그제서야 제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의 테두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어쩌면 투자를 시작하는 지금에 와서야 남들과 같은 출발선 상에 선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medium.com

 

본격적인 투자에 앞서 제가 투자를 하는 목적을 명확히 하고 싶었습니다.

목적이 곧 방향성이 되니 그것을 뿌리로 생각이 뻗어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왜 투자를 합니까?"

 

 

질문의 답은 최대한 간결하고 설득력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남들이 하니까요"

 

 

여러모로 고민해보았을 때, 스스로에게 가장 솔직하고 담백한 대답이 된 것 같았습니다.

거창한 포부도, 멋들어진 비전도 아니고 솔직한 제 욕심을 담은 대답이라서 더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미지 출처: ECONOMIC PRINCIPLES, 갈무리 편집: 내일모레

 

처음 투자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뒤, '나는 왜 투자를 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꽤 오랜 시간 했습니다.

아버지가 주식 투자로 꽤 많은 손실을 입었고 그로 인한 가정의 스트레스가 있었기에, 흔들리지 않을 보다 확고한 명분이 필요했습니다.

 

 

-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해...

 

 

처음에는 갖다 붙이면 좋아보이는 거창한 명분들을 나열했습니다.

이런 명분들을 붙여둔다면 자본 시장에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들이 저를 피해갈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저는

제가 얼마나 나약한지, 얼마나 욕심이 많은지, 그리고 어쩌면 그렇게도 아버지를 똑같이 닮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 근본에는 무의식적으로 아버지를 부정하며 아버지의 실패 노선을 밟고 싶지 않다는 오만함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투자의 목적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저 시키는 것만 하면서 살아왔던 인생에 처음부터 차근차근, 조금은 늦은 질문을 던졌던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포스트, 인문학 읽어주는 남자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정신의학자 자크 라캉(1901.4.13 ~ 1981.9.9)이 철학계에, 아니 인류에게 던진 두고두고 남을 만한 화두입니다.

의외로 명분을 다지는 것은 단순한 곳에 있었습니다.

나도 똑같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 있었습니다.

나만의 대단한 꿈과 비전을 쫓는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내가 아버지와 똑같다는 것.

내가 돈을 쫓아 사는 혹자와 다르지 않다는 것.

남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나도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

 

 

거창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입니다.

남들과 다르지 않아도 되었고 남들보다 뛰어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Private Debt Investor

 

"남들이 하니까" 하는 투자를 함에 있어서

저에게 얻어지는 유익은 내적인 단단함이었습니다.

 

 

남들이 무엇을 하는지 관찰을 하며

'아, 나도 제 3자의 관점에서는 저렇게 행동하겠구나'라는 성찰을 하게 되니

제가 지금 욕심을 부리고 있는지 우유부단한지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파도처럼 요동치는 거대한 시장을 이기려 하기 보다떨어지면 떨어지는대로, 오르면 오르는대로 기다릴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멈출 때, 달릴 때, 그리고 포기할 때를 인정할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제 목적과 명분이 얼마나 단단한 동기 부여가 되는지,

목적이 가리키는 그 끝에는 어떠한 인생의 결실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투자 일기를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언젠가, "거봐, 내 말이 맞았지?" 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말이죠.